부산 걷기좋은길 — 범일역에서 대연역까지 5km, 한여름 낮에 가면 후회합니다
부산에 오면 대부분 해운대나 광안리로 갑니다. 이 코스에는 둘 다 없습니다. 지하철 1호선 범일역에서 출발해 2호선 대연역까지, 부산 도심을 가로질러 약 5km를 걷습니다. 2026년 8월 26일 낮에 직접 걸었고, 천천히 걸어 1시간 10분이 걸렸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걷는 광안리 해변 코스도 정리해 두었습니다.
한눈에 보기
| 항목 | 내용 |
|---|---|
| 구간 | 범일역(1호선) → 동천 산책로 → 문현역 → 문현고개 → 대연역(2호선) |
| 거리 | 약 5km (GPS 기록 4.65km + 미기록 320m) |
| 소요 | 1시간 10분 (평균 4.5km/h) |
| 난이도 | 보통 — 중반에 고개 하나(고도 60m 남짓) |
| 노면 | 전 구간 포장된 보도, 운동화면 충분 |
| 그늘 | 거의 없음. 한여름 낮은 권하지 않음 |
| 계단 | 반드시 올라야 하는 계단 없음(육교에 엘리베이터) |
역에서 시작해 역에서 끝나는 코스입니다. 차를 가져갈 필요가 없고, 걷다가 힘들면 가까운 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됩니다. 만 65세부터는 부산 도시철도가 무임입니다.
구간별로 이렇게 걷습니다
1구간 — 범일역에서 동천까지 (0분 ~ 20분)
범일역에서 나와 동쪽으로 큰길을 따라갑니다. 이 일대를 부산 사람들은 조방 앞이라고 부릅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선 조선방직(줄여서 조방) 공장이 있던 자리이고, 1968년까지 지금의 범일2동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공장은 없어졌지만 이름은 남았습니다.
큰길이라 볼거리가 많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늘이 없어서, 여름이라면 이 구간부터 이미 덥습니다.
2구간 — 동천 수변길 (20분 ~ 27분)
하천이 하나 나옵니다. 동천입니다. 부산진구에서 시작해 동구 범일동을 지나 북항으로 빠지는 길이 8.77km의 도심 하천이고, 복개되지 않고 남은 약 3km 구간 중 하나를 걷게 됩니다.
물빛이 청록색으로 맑아 보이는데, 좋은 신호가 아닙니다. 가까이 가면 냄새가 납니다. 동천은 오랫동안 악취로 악명이 높았고, 부산시는 바닷물을 관로로 끌어와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버텨 왔습니다. 2024년부터는 41억원을 들여 부전천 상류 성지곡 계곡수를 직접 끌어오고 있고, 2026년에는 지하 담수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다시 잡았습니다. 오염원을 완전히 끊는 것은 2028년까지로 잡혀 있습니다.
산책로는 이미 잘 나 있습니다. 범3호교에서 범일교까지 965m 구간에 238억원이 들어갔습니다. 길은 났고 물이 아직 따라오지 못한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3구간 — 문현역과 육교 (27분 ~ 40분)
하천을 벗어나면 머리 위로 고가도로가 몇 겹으로 지나갑니다. 부산 도심 교통이 모이는 자리라 이 아래를 걷는 동안은 소리가 꽤 큽니다.
곧 지하철 2호선 문현역 3번 출구 앞을 지납니다. 앞에 보이는 높은 건물은 문현삼성힐타워와 대우이안이고, 둘 다 이 동네가 금융단지로 바뀌기 전부터 있던 아파트입니다. 멀리 솟은 63층짜리 건물이 부산국제금융센터인데, 이 코스는 문현금융단지를 지나가지 않습니다. 가장 가까울 때가 644m로, 내내 멀리 보이기만 합니다.
문현 교차로에서 큰 육교를 하나 건넙니다. 이 육교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계단으로도 갈 수 있지만 무릎이 걱정되시면 엘리베이터를 쓰시면 됩니다. 걷기 코스를 고를 때 이런 것이 생각보다 큽니다. 육교 위는 이 코스에서 처음으로 시야가 트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4구간 — 문현동 골목과 고개 (40분 ~ 55분)
여기서부터 이름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문현동(門峴洞)은 한자로 문 문 자에 고개 현 자를 씁니다. 그러니까 문현동은 곧 “문 고개”이고, 동네 이름 자체가 지형입니다. 골짜기 위로 산이 양쪽에서 겹쳐 있는 모습이 지게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고 해서 원래 지게골이라 불렀고, 그것이 한자로 옮겨지면서 문현이 되었습니다.
골목을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긴 가림막이 이어집니다. 문현3구역 재개발 구역입니다. 사람은 다 나갔고 공사차량만 드나듭니다. 정비구역 면적이 14만㎡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북쪽으로 500m쯤 더 올라가면 또 다른 빈 자리가 있습니다. 돌산마을, 문현동 안동네라고도 불렸던 곳입니다. 옛 공동묘지 사면에 무덤과 무덤 사이 빈 터마다 집을 올려서 집집마다 모양도 크기도 달랐던 마을이고, 부산 최초의 벽화마을이기도 했습니다. 그 마을은 2024년에 없어졌습니다. 이 고개를 넘는 동안 사라진 자리 두 곳을 지나는 셈입니다.
5구간 — 문현고개를 넘어 대연동으로 (55분 ~ 1시간)
문현고개를 넘습니다. 문현동에서 대연동으로 넘어가는 길이고 이 코스에서 제일 힘든 구간입니다. 다만 짧습니다. 천천히 가면 무리 없이 넘을 수 있습니다. 옛 기록에는 이 고개가 상당히 높아 문현동과 대연동을 오가기가 불편했다고 나옵니다. 지금은 길이 잘 나 있어 이 정도입니다.
헷갈리기 쉬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대연고개는 여기가 아닙니다. 지게골역에서 못골역으로 이어지는 큰길을 대연고개라고 합니다.
고개를 넘으면 대연동입니다. 대연동(大淵洞)은 한자로 큰 대 자에 못 연 자를 씁니다. 문 고개에서 큰 못으로 넘어오는 셈입니다.
6구간 — 대연동에서 대연역 (1시간 ~ 1시간 10분)
내리막을 따라 내려오면 대연동 주택가입니다. 부산박물관과 유엔기념공원이 이 동네에 있지만 오늘 코스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큰길을 따라가면 대연역에 닿습니다.
이 코스에서 꼭 보고 갈 것 두 가지
BTS 지민 아버지의 카페, 매그네이트
대연동 골목을 걷다 보면 나지막한 건물 두 채를 지나게 됩니다. 왼쪽은 아이보리색 단층 건물이고 오른쪽은 검은 창고처럼 생긴 건물인데, 방탄소년단 지민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카페 매그네이트(MAGNATE) 입니다. 담장과 배너의 보라색은 건물 색이 아니라 팝업스토어 현수막입니다. 걷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습니다.
2026년 6월 12일과 13일 방탄소년단이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공연했고 이틀 동안 11만 명이 다녀갔습니다. 그때는 이 골목도 북적였을 텐데, 8월 말에 지나갈 때는 팬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조용히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지민은 2023년 부산 남구에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가 이 동네에서 가게를 하는 인연이었습니다.
옛 대저택의 담장길
대연역에 가까워지면 붉은 벽돌 담장 위에 기와가 얹힌 길이 나옵니다. 조금 더 가면 돌담 위에 기와를 얹은 대문이 있는 집이 한 채 더 있습니다. 짧은 구간에 두 채입니다.
대연동과 남천동 일대에는 예전부터 큰 집들이 있었고 이 집들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지금은 웨딩 촬영 스튜디오로 쓰입니다. 뒷길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앞의 문현3구역이 사라지는 집이라면 이쪽은 남아서 쓰임이 바뀐 집입니다. 한 코스 안에서 도시가 오래된 것을 다루는 두 가지 방식을 다 보게 됩니다.
언제 걸으면 좋은가
봄이나 가을을 권합니다. 그늘이 거의 없는 코스입니다. 8월 말 낮 한 시에 출발했는데 건물이 만들어 주는 그늘로만 다녔고 양산을 썼습니다. 여름에 가시려면 해가 기운 뒤에 출발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시간대로는 낮이 낫습니다. 이 코스는 야경을 보는 길이 아니라 동네를 보는 길이라, 간판과 담장과 골목이 보이는 시간에 걸어야 볼 것이 보입니다.
챙기면 좋은 것
- 물 — 고개를 오르는 골목 구간에는 상점이 줄어듭니다. 문현역 주변 큰길에서 미리 챙기세요.
- 양산이나 모자 — 그늘이 없습니다. 여름이 아니어도 한낮에는 필요합니다.
- 운동화 — 등산화는 필요 없습니다. 전 구간 포장된 보도입니다.
앉을 곳이 마땅치 않은 코스입니다. 쉬어야 한다면 문현역 주변이나 대연동에 들어선 뒤가 낫습니다.
무릎이 걱정된다면
이 코스에서 반드시 올라야 하는 계단은 없습니다. 문현 교차로 육교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계단을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고개가 하나 있습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각각 한 번씩 있는데,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고개는 한 번 넘게 됩니다. 부담되시면 문현역이나 대연역에서 끊어 절반씩 두 번에 나눠 걸으셔도 됩니다. 역에서 역으로 이어지는 코스의 장점이 이것입니다.
돌아오는 길
대연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면 됩니다. 만 65세부터는 부산 도시철도 요금이 면제됩니다. 5km는 걸음으로 7,000보 남짓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범일역에서 대연역까지 걸으면 얼마나 걸리나요?
약 5km이고 천천히 걸어 1시간 10분 걸렸습니다. GPS로 기록한 구간은 4.65km인데 범일역에서 기록이 시작된 지점까지 320m가 빠져 있어, 실제로 걸으시면 5km 남짓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쉬지 않고 걸으면 1시간 안쪽입니다.
중간의 고개가 많이 힘든가요?
문현동에서 대연동으로 넘어가는 문현고개가 있고 고도로는 60m 남짓 오릅니다. 숫자보다 실제로는 숨이 차지만 길이가 짧아 천천히 가면 무리 없이 넘을 수 있습니다. 코스에서 이 구간 하나만 오르막이고 나머지는 완만합니다.
여름에 걸어도 괜찮나요?
권하지 않습니다. 그늘이 거의 없어서 8월 말 낮에 걸었을 때 건물이 만들어 주는 그늘로만 다녔고 양산을 썼습니다. 봄이나 가을이 좋고, 여름에 가시려면 해가 기운 뒤에 출발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계단이 부담되는데 육교를 건너야 하나요?
문현 교차로의 육교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계단으로도 건널 수 있지만 무릎이 걱정되시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이 코스에서 반드시 계단을 올라야 하는 곳은 없습니다.
반대 방향(대연역 → 범일역)으로 걸어도 되나요?
됩니다. 어느 쪽으로 가든 고개는 한 번 넘습니다. 다만 대연역에서 출발하면 초반이 완만하고 중반에 고개가 나온 뒤 후반이 계속 내리막이 되어, 마무리가 편한 대신 동천 수변길이 맨 끝에 옵니다.
중간에 화장실과 편의점이 있나요?
큰길 구간에는 편의점이 있지만 고개를 오르는 골목 구간에는 상점이 줄어들고 앉을 만한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물은 문현역 주변 큰길에서 미리 챙기시는 편이 좋습니다.
참고 자료
- 직접 답사 2026년 8월 26일(수) — GPX 기록 4.65km, 1시간 4분, 평균 4.5km/h (범일역에서 기록 시작 지점까지 320m는 미기록)
- 부산광역시 — 동천 수질개선사업(부전천 상류 성지곡 계곡수 직유입 + 해수도수 관로 보수·준설, 사업비 41억원)
- 세계일보 2026-04 — 부산시, 해수 유입 방식에서 지하 담수 활용으로 전환하는 동천 수질 개선 계획 발표
- 위키백과 동천(부산) — 범3호교~범일교 965m 구간 산책로·녹지 조성에 238억원 투입, 총길이 8.77km
- 한국일보 2024-07-31 — 동천 비점오염원 저감시설 2026년까지, 재개발·재건축 구역 하수관로 정비 2028년까지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 문현동(門峴洞) 지명 유래, 지게골에서 문(門)고개로
- 부산 남구청 문현3동 소개 — 대연고개를 중심으로 대연6동과 경계
- 국제신문 2014-12-04 [시인 최원준의 낭만풍경] 문현 안동네 돌산마을 — 옛 공동묘지 위에 형성된 마을
- 부산일보 2012-12-15 [최학림의 근현대 부산 엿보기] 15) 문현동 안동네 — 1970년대 중반 개금동·반여동 정책 이주
- 오마이뉴스 2025-09-13 [10년 기록] 관광객 붐비던 부산 벽화마을, 이젠 볼 수 없습니다 — 재개발로 철거
- 부산광역시 공고 — 문현2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문현동 산23번지 일원), 문현 푸르지오 트레시엘
- 동아일보·파이낸셜뉴스 2026-08-25 — BTS 지민, 부산 남구에 고향사랑기부금 500만원 전달(아버지가 대연동에서 카페 매그네이트 운영)
- 뉴시스 2026-06-30 — BTS 월드투어 아리랑 인 부산(6월 12~13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11만 관객
- 부산광역시 복지교통카드 안내 — 노인복지법 제26조 만 65세 이상 도시철도 요금 면제
이 글은 일반적인 생활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날짜·제도·시세 등은 변동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결정 전에는 관련 기관의 공식 안내를 한 번 더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최종 갱신: 2026년 8월 31일.